"호텔처럼 香테리어 할래요”…자체 향수 개발 나선 호텔

국내 호텔들이 투숙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향(香)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자체 향수를 통해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고, 고객들이 이 향을 디퓨저(방향제)로 구매해 집에서도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도록 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1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국내 특급호텔들은 유명 조향업체와 협업해 만든 자체 향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콕 트렌드와 맞물려 향수 제품을 활용한 인테리어인 ‘향테리어’가 주목받는 상황도 반영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향수시장 규모는 6127억원으로 추정된다.

고급스러운 호텔을 연상시키는 호텔 자체 향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포털 사이트의 질문 게시판이나 온라인 화장품 카페에는 "OO호텔 로비에서 나는 향이 무엇인가요" "OO호텔에서 나는 향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나요" 같은 문의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롯데호텔은 특급호텔인 시그니엘에 적용하기 위해 조향 업체인 센트온과 나무와 꽃향이 중심인 ‘워크 인 더 우드’ 향수를 개발했다. 시그니엘과 소공동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동 일부 층에 적용했는데, 이를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도 출시했다. 입욕제와 샤워 로브, 롯데호텔앤드리조트에서 사용하는 침대와 침구 등도 ‘해온’이라는 브랜드로 판매 중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시그니엘 향수는 판매용으로 개발하지는 않았지만, 투숙객들의 구매 문의가 잇따라 디퓨저 제품으로 출시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디퓨저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고, 최근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선물용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유명 조향회사인 에어아로마(Air Aroma)와 ‘센트 오브 파라다이스’ 시리즈를 개발해,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등에 사용한다. ‘시트러스 스파이시 우디’ 등 대표 향의 방향제는 파라다이스호텔 기념품점에서도 판매한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 개관한 호텔인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자체 향초와 룸스프레이(실내용 뿌리는 향수) 등을 개발해 인테리어에 활용하고 있다. 조향업체 센트온과 협업해 호텔 로비에는 흙 내음과 향신료 넛맥이 어우러진 향을, 각 층에는 각기 다른 한국의 들꽃 향을 입혔다. 앞으로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향기를 담은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디자인호텔인 레스케이프의 자체 향수 제품을 호텔에 적용하고 판매도 한다. 고급 향수 브랜드인 펜할리곤스와 메종 마르지엘라 등을 개발한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네(Massenet)와 협업해 장미향이 특징인 ‘레스케이프 라 로즈 포에지’를 만들었다. 호텔 기념품점에서 향수, 향초, 실내 방향제 등으로 판매하면서 레스케이프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희소성 있는 제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호텔업계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애프터눈티세트나 객실에도 향수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오는 5월 말까지 이탈리아 향수 브랜드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와 협업한 애프터눈티세트를 판매한다. 대표 향수인 ‘프리지아’에서 영감을 얻어 노란색을 주로 사용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계절에 따라 노천온천풀인 씨메르를 다양한 꽃과 과일의 향기로 채운다. 올해는 4월 말까지 봄에 어울리는 벚꽃을 주제로 한 온천풀을 운영한다.

레스케이프 역시 오는 5월까지 프랑스 향수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과 협업한 객실 상품인 ‘봄다운 봄’ 패키지를 판매하고, 호텔 최상층 바에서는 향수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 칵테일을 선보인다. 투숙객은 아틀리에 코롱의 인기 향수인 ‘클레망틴 캘리포니아’를 받을 수 있다. 레스케이프 관계자는 "요즘 호텔업계는 투숙객들이 호텔을 방문했을 때 특유의 향을 오래 기억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향기 마케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