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 확대된 ‘향기 마케팅’
- 등록일
- 2020. 01. 30
호텔·쇼핑몰·서점 등 고유의 향 개발
예민한 후각 자극…긍정적 기억 유도
향기시장 2조5000억…매년 10% 성장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들어서면 시원하고 싱그러운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조향사가 이탈리아 아말피 해변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파르나스몰만의 고유의 향이 은은하게 퍼져있다. 이처럼 고객들에게 자체 개발한 향으로 첫인상을 심어 재방문 시 긍정적인 기억을 유도하는 ‘향기 마케팅’이 인기다.
최근 향기 마케팅이 상품에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초창기 향기 마케팅은 샴푸, 화장품 등에 향을 첨가하거나 음반, 인형 등에 향을 입혀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2~3년 향료 제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맞춤형 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향기 산업이 급성장했다.
기업들이 향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향(香)테리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호텔, 백화점, 쇼핑몰, 면세점, 패션 매장, 영화관, 서점 등 향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향기 마케팅을 가장 먼저 도입한 건 특급 호텔들이다. 더 플라자는 2010년 고급스러운 호텔 내부에 맞는 향을 개발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진한 유칼립투스향이 나는데, 향기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자 지난 2016년 디퓨저를 첫 PB상품으로 출시했다.
더 플라자의 디퓨저 매출은 2017년 전년 대비 120% 늘었고 2018년 135%, 지난해 300% 급증했다.
더 플라자 관계자는 “호텔 특유의 감성이 담긴 향을 집에서도 맡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디퓨저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포시즌스호텔, 안다즈, JW메리어트 등 많은 특급 호텔들이 자체 디퓨저를 갖고 있다.
백화점도 각인 효과를 위해 향기를 사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자체 개발한 향기 ‘플리트비체’를 문화세터 로비에 뿌리기로 했다. 문화센터를 찾은 고객들이 청명한 호수에 둘러싸인 숲속을 산책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시트러스와 베르가모트, 유자 등을 조합해 시그니처 향을 탄생시켰다.
패션 기업도 향기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향기 전문 기업 ‘센트온’과 손잡고 고유의 향을 개발했다. 휠라를 상징하는 테니스에서 영감을 받아 우디향과 프레시향을 조합했다. 청량하면서도 묵직해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휠라 관계자는 “휠라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브랜드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젊은층을 겨냥한 향을 개발했다”며 “전국 8개 매장에서 활용 중이며 향후 디퓨저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향기 설계’에 공을 들이는 것은 후각이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맡을 수 있는 냄새 종류만 2000~4000가지에 이른다. 또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저장하는 대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시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져도 냄새만은 기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향기 전문 기업 ‘센트온’의 유정연 대표는 “사람들이 매일 느끼는 감정의 75%가 후각에서 기인될 만큼 감정, 기억 등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향기는 상품, 공간,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표현 수단”이라고 말했다.
향기 제품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탈취·항균·방향제 등 국내 향기 제품 시장은 2조5000억 원 규모다. 업계에서는 리빙 시장이 커지면서 디퓨저, 향초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향기 시장이 매년 10%씩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대표는 “향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향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시장은 앞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출처:헤럴드경제]